전세로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중개사나 집주인에게 연락이 옵니다. “집이 팔렸어요. 다음 달부터 집주인이 바뀝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내 보증금은? 계약서는 다시 써야 하나? 2년 더 살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전입신고를 마치고 살고 있는 세입자라면 법이 자동으로 계약을 통째로 새 집주인에게 넘겨주므로 대부분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다만 확인할 것 네 가지와, 알아둬야 할 판례 두 개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대원칙 — 새 집주인이 임대인 지위를 자동 승계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임차주택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집을 산 사람(양수인)은 자동으로 임대인이 됩니다. 세입자의 동의도, 별도 통지도 필요 없는 법률상 당연 승계입니다. 그래서:

항목집주인이 바뀌면
계약 조건 (보증금·월세·기간)그대로 유지 — 새 집주인이 기존 계약을 통째로 인수
보증금 반환의무새 집주인에게 이전 — 만기 때 새 집주인에게 청구
기존 계약서·확정일자그대로 유효 — 다시 받을 필요 없음
대항력·우선변제권 순위그대로 유지 — 전입·확정일자 날짜 기준 불변
계약갱신청구권새 집주인에게 행사 가능 (아래 예외 참고)

전제 조건 — 대항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자동 승계의 보호를 받으려면 대항력이 있어야 합니다. 같은 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요건은 두 가지, 주택의 인도(입주) + 주민등록(전입신고) 이고, 효력은 그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

전입신고를 안 해 뒀다면 새 소유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전입 상태를 확인하세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왜 중요한지는 전입신고·확정일자 총정리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세입자가 실제로 할 일 4가지

법이 알아서 해주는 부분 말고, 직접 챙길 것들입니다.

1. 등기부등본 확인 — 소문이 아니라 등기로

매매 얘기를 들었다면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세요.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소유권 이전이 실제 완료됐는지 (갑구 — 새 소유자 이름·이전 날짜)
  • 새 소유자가 누구인지 (개인인지 법인인지, 공동명의인지)
  • 근저당 등 담보가 새로 잡혔는지 (을구 — 매수인이 대출을 얼마나 끼고 샀는지)

2. 월세·관리비 이체는 등기 확인 후에 변경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는 기존 계약대로 옛 집주인에게 내면 됩니다. 이전 완료를 확인한 뒤 새 집주인에게 계좌를 안내받아 변경하되, 계좌 예금주가 등기부상 새 소유자와 일치하는지 확인하세요.

3. 전세보증보험 가입자는 보증기관에 알리기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에 가입해 뒀다면, 임대인이 바뀐 사실을 보증기관에 통지하고 임대인 변경 절차를 확인하세요. 기관은 새 임대인 앞으로 채권 관련 통지를 다시 보내는 등의 처리를 하며, 알리지 않고 두면 나중에 보증금을 청구할 때 절차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입 기관 콜센터(HUG 1566-9009)에서 필요 서류를 안내받는 것이 확실합니다. 아직 미가입이라면 이번 기회에 전세보증보험료 계산기로 비용을 확인해보세요.

4. 계약서 재작성 요구를 받았다면 — 신중하게

새 집주인이나 중개사가 “계약서를 새로 쓰자”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다시 쓸 필요가 없습니다. 승계는 자동이고 기존 계약서·확정일자가 그대로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쓰게 된다면 두 가지만 지키세요.

  • “기존 임대차계약(계약일 ○○년 ○월 ○일)을 그대로 승계한다” 라는 문구를 명시
  • 보증금·월세·기간 등 조건 변경이 없어야 합니다 — 조건이 바뀌면 새 계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깁니다

보증금을 올리며 재계약하는 경우에만 증액분에 대해 계약서를 쓰고 증액 계약서에 새로 확정일자를 받으면 됩니다 (기존 보증금의 순위는 기존 확정일자로 유지).

갱신청구권 — 되지만, 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2+2)은 새 집주인에게도 그대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22년 대법원이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했더라도,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이 갱신거절 기간 안이라면 본인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

풀어서 말하면: 내가 갱신을 요구해 둔 상태에서 집이 팔렸어도, 새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갱신거절 기간(임대차 종료 6개월~2개월 전) 내에 거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갱신 요구를 먼저 했으니 무조건 2년 더 산다”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물론 견제 장치도 있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해 놓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집을 제3자에게 다시 세를 주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생깁니다. 갱신청구권의 행사 방법과 예외 사유 전체는 계약갱신청구권 총정리를 참고하세요.

반대로, 내가 새 집주인이 싫다면 — 이의 제기하고 나갈 수 있습니다

승계는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제도라서, 원하지 않는 세입자를 붙잡아 두는 용도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임차인이라면 집이 팔린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해 승계의 구속에서 벗어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 경우 옛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법원 98마100 결정·2001다64615 판결).

새 집주인의 자력이 의심될 때(아래 위험 신호) 쓸 수 있는 카드입니다. 다만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어려워지므로, 나갈 생각이라면 매매 사실을 안 직후에 내용증명으로 의사를 남겨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다툼이 될 수 있는 영역이라 금액이 크면 변호사 상담을 권합니다.

이런 매수인이면 위험 신호입니다

집주인 변경 자체는 중립적인 사건이지만, 이런 정황이 겹치면 보증금 방어 모드로 전환하세요.

  • 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거래 (갭이 거의 없는 매수 = 전형적 깡통 위험)
  • 등기부 을구에 근저당이 크게 새로 설정된 경우
  • 새 소유자가 설립 직후 법인이거나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경우
  • 한 사람이 여러 채를 동시에 사들이는 정황

이런 경우 전세보증보험 미가입 상태라면 가입 가능 여부부터 확인하고, 계약 해지(이의 제기) 카드도 함께 검토하세요. 수법과 대응은 전세사기 예방 총정리에,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절차는 전세보증금 반환 가이드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리

  • 집주인이 바뀌어도 계약·보증금·확정일자·갱신청구권은 법에 따라 자동 유지됩니다 (주임법 제3조 제4항) — 전제는 대항력(입주+전입신고)
  • 계약서는 다시 쓸 필요 없고, 쓴다면 “기존 계약 승계” 명시 + 조건 변경 금지
  • 월세 계좌 변경은 등기부로 소유권 이전 확인 후
  • 보증보험 가입자는 보증기관에 임대인 변경 통지
  • 새 집주인은 갱신거절 기간 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 가능 (대법원 2021다266631)
  • 새 집주인이 불안하면 상당한 기간 내 이의 제기로 계약 종료 가능 (대법원 판례)

집이 팔렸다는 소식은 놀랄 일이지만, 전입신고가 되어 있는 세입자에게 법은 생각보다 두텁습니다. 등기부 한 통 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