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빌려 살다가 사정이 생겨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해외 발령, 갑작스러운 이사, 방 하나가 남는 상황 같은 것들입니다. 이때 흔히 “전대”라는 방식을 떠올리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임대인의 동의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대차가 무엇인지, 동의 없이 했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생기는지, 동의를 받았다면 전차인이 어디까지 보호받는지를 민법 조문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1. 전대차란 무엇인가
전대차는 임차인이 자기가 빌린 물건을 다시 제3자에게 빌려주는 것입니다. 등장인물이 셋이 됩니다.
| 부르는 말 | 누구인가 |
|---|---|
| 임대인 | 원래 집주인 |
| 전대인 | 집주인에게 빌린 사람이자, 다시 빌려주는 사람 (원 임차인) |
| 전차인 | 전대인에게 다시 빌린 사람 |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것이 임차권 양도와의 차이입니다. 양도는 임차인의 지위 자체를 통째로 넘기는 것이고, 전대는 원래 임대차는 그대로 둔 채 그 아래에 새 계약을 하나 더 얹는 구조입니다. 전대인은 여전히 집주인에 대해 임차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2. 민법 제629조 — 동의 없이는 안 됩니다
민법은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하며, 임차인이 이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두 가지가 한 문장에 들어 있습니다.
- 금지: 동의 없는 양도·전대는 하면 안 된다
- 제재: 위반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주택과 상가 임대차 모두에 적용됩니다.
3. 그래도 계약은 성립합니다 — 다만 임대인에게는 소용없습니다
여기가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동의를 안 받았으니 전대차계약은 무효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전대차계약은 임대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전대인과 전차인 당사자 사이에서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둘 사이의 약속은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는 임대인에게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가 이렇게 이어집니다.
- 전차인이 주택을 점유하는 것은 임대인에 대해서는 불법점유가 됩니다
- 임대인은 소유권에 기해 전차인에게 주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전차인은 이런 위치에 놓입니다. 전대인과는 유효한 계약이 있지만,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버틸 근거가 없습니다. 돈은 전대인에게 냈는데 집을 비워달라는 사람은 집주인인 상황이 됩니다.
동시에 임대인은 원래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전대인도 자기 임차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무단 전대는 세 사람 모두에게 문제가 되는 구조입니다.
무단 전대, 세 사람이 각각 지는 위험
같은 상황에서 세 사람이 지는 위험이 다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누가 | 어떤 위험을 지는가 |
|---|---|
| 전대인(원 임차인) | 임대인이 민법 제629조에 따라 원래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임차권을 잃습니다 |
| 전차인 | 임대인에 대해 불법점유가 되어 주택 반환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대인과의 계약은 유효하지만 집주인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
| 임대인 | 모르는 사람이 자기 건물을 점유하게 됩니다. 다만 법적으로는 해지권과 반환청구권을 쥔 쪽이라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
가장 위태로운 쪽은 전차인입니다. 돈은 전대인에게 냈는데, 나가라고 하는 사람은 집주인입니다. 그리고 전대인이 계약 해지로 임차권을 잃으면 보증금 반환도 함께 꼬입니다.
그래서 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 전에 임대인 동의서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유일한 방어책입니다. “집주인이 알고 있다”는 전대인의 말만 믿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4. 동의를 받으면 달라집니다
임대인의 동의가 있는 전대차라면 전차인의 지위가 명확해집니다.
전차인은 임대인에게 직접 의무를 집니다
민법 제630조 제1항에 따라 전차인은 임대인에게 직접 의무를 부담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전차인은 전대인에 대한 차임의 지급으로써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 전대인에게 월세를 이미 냈더라도, 전대인이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지 않았다면 임대인은 전차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중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라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합니다.
합의 종료로부터 보호받습니다
민법 제631조는 이렇게 정합니다. 임대차관계가 기간만료 등이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로 계약을 종료한 경우에는 전차인의 권리가 소멸하지 않습니다.
집주인과 원 임차인이 자기들끼리 합의해서 계약을 끝내버려도, 전차인이 곧바로 쫓겨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6개월의 유예도 보장됩니다.
보증금은 대위 행사로 지킵니다
전차인은 원 임차인이 보유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셔야 합니다. 전차인 본인이 새로 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 임차인의 권리에 기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원 임차인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면, 전차인이 대위 행사할 권리 자체가 부실해집니다.
전대차를 고려한다면 계약 전에 원 임차인의 대항력·우선변제권 상태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련 절차는 전입신고 안 하면 생기는 불이익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5. 상가라면 갱신요구권까지 걸립니다
상가 임차인은 한 가지를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를 계약갱신 거절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전체 10년까지 보장되는 갱신요구권을 스스로 날리는 셈입니다.
가게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쓰게 하는 형태도 여기 해당할 수 있으므로, 상가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상가 임대차의 갱신·권리금 구조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총정리에서 정리했습니다.
6. 동의는 이렇게 받으십시오
- 반드시 서면으로 받습니다. 구두 동의는 나중에 다툼이 생기면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 전대 범위를 특정합니다. 전부인지 일부인지,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적습니다.
- 전대차계약서를 별도로 씁니다. 임대인 동의서를 첨부해 두면 전차인 입장에서 안전합니다.
- 전대인은 동의를 받아 줄 의무가 있습니다. 전대인은 전차인을 위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줄 의무를 집니다. 전차인은 이 점을 근거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 원 임대차 상태를 확인합니다. 원 임차인의 대항력·우선변제권, 그리고 원 임대차의 남은 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원 임대차가 끝나면 전대차도 함께 흔들립니다.
분쟁이 생겼다면 임대차 분쟁조정 신청 방법에서 절차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전대차는 임차인이 다시 빌려주는 것이고, 임차권 양도와는 구조가 다릅니다
- 민법 제629조상 임대인 동의 없는 전대는 금지되며, 위반 시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 동의가 없어도 전대인·전차인 사이의 계약은 유효하지만, 임대인에게는 효력을 주장할 수 없어 전차인의 점유는 불법점유가 됩니다
- 동의가 있으면 전차인은 임대인에게 직접 의무를 지고(제630조), 합의 종료로부터 보호받으며(제631조), 원 임차인의 대항력·우선변제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습니다
- 전대인에게 낸 차임으로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 상가에서는 무단 전대가 계약갱신 거절 사유입니다
이 글은 민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조문,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를 2026년 9월 4일에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개별 사안은 계약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분쟁이 우려되는 경우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