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깨고 싶은데, 돈을 얼마나 물어야 할까?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사정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출이 생각보다 안 나오거나, 더 좋은 매물이 나타나거나, 시세가 급변하거나.
이유야 다양하지만 결국 궁금한 건 하나예요. “계약을 깨면 돈을 얼마나 물어야 하지?”
그런데 그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계약을 끝내는 방법이 해제와 해지 두 가지가 있고, 각각 법적 효과가 다릅니다. 여기서부터 정리해 볼게요.
해제와 해지, 뭐가 다를까?
일상에서는 “계약 파기”, “계약 취소”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법적으로는 해제와 해지를 구분합니다.
| 구분 | 해제 | 해지 |
|---|---|---|
| 효력 | 소급적 — 계약이 처음부터 없던 것 | 장래적 — 앞으로만 효력 소멸 |
| 적용 대상 | 매매계약 같은 일시적 계약 | 임대차계약 같은 계속적 계약 |
| 원상회복 | 받은 것 전부 돌려줘야 함 | 이미 이행된 부분은 유효 |
| 근거 조항 | 민법 제543조 | 민법 제550조 |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집을 사고파는 매매계약은 해제, 월세나 전세 같은 임대차계약은 해지가 맞는 표현이에요.
실제로는 두 용어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적 분쟁이 생기면 구분이 중요해집니다. 특히 원상회복 범위가 달라지거든요.
매매계약 해제, 3가지 유형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약정 해제 — 계약금을 걸고 해제하는 방식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민법 제565조에 따라,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계약금을 기준으로 해제할 수 있어요.
- 매수인이 해제할 때 → 계약금을 포기
- 매도인이 해제할 때 → 계약금의 2배를 돌려줌 (배액배상)
5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금 5,000만원에 계약했다면, 매수인이 깨면 5,000만원을 잃고, 매도인이 깨면 1억원을 내줘야 합니다.
법정 해제 — 상대방이 약속을 안 지킬 때
상대방이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사용합니다. 민법 제544조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이행 촉구) 한 뒤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매도인이 잔금일에 소유권 이전등기 서류를 안 넘겨준다면, 매수인은 기한을 정해 이행을 촉구하고, 그래도 안 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계약금 포기 같은 약정 해제와 다릅니다.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요.
합의 해제 — 서로 협의해서 끝내는 방식
양쪽이 합의하면 계약 조건과 관계없이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위약금을 얼마로 할지도 합의로 정하게 돼요.
실무에서는 계약금 반환 조건을 두고 협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금의 50%만 반환”하는 식으로 절충하기도 합니다.
위약금, 누가 얼마나 내야 할까?
위약금의 크기는 계약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
이 단계에서는 약정 해제가 가능합니다.
| 해제 주체 | 위약금 | 예시 (계약금 5,000만원) |
|---|---|---|
| 매수인 | 계약금 포기 | 5,000만원 손실 |
| 매도인 | 계약금의 2배 반환 | 1억원 지급 |
다만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한 뒤에는 이 방법을 쓸 수 없어요. 이행의 착수란 중도금 지급, 소유권 이전 준비, 이사 준비 등 계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중도금 지급 이후
중도금을 냈다는 건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봅니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 변심으로는 계약을 깰 수 없어요.
계약을 끝내려면 두 가지 방법뿐입니다.
- 합의 해제 — 상대방과 협상해서 조건을 정함
- 법정 해제 —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사유로 해제하고 손해배상 청구
합의가 안 되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듭니다.
잔금 지급 이후
잔금까지 치르고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되면 계약은 이행이 끝난 상태예요. 이 시점에서는 해제가 아니라 하자담보책임이나 사기·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등 다른 법적 수단을 써야 합니다.
위약금과 손해배상, 어떻게 다를까?
계약서에 “위약금”이라고 쓰여 있어도, 법적으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민법 제398조 제4항).
| 구분 | 위약벌 | 손해배상액의 예정 |
|---|---|---|
| 성격 | 제재(벌금) | 손해 전보 |
| 손해배상 추가 청구 | 가능 | 불가 |
| 법원 감액 | 불가 | 가능 |
예를 들어 계약서에 “위약금 5,000만원”이라고 쓰면,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봐요. 이 경우 위약금 외에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법원이 과다하다고 판단하면 감액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위약벌로 한다”고 명시하면 위약금은 벌금 성격이고, 별도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어요. 그래서 계약서 작성 시 이 부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위약금을 받으면 세금도 내야 한다
위약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됩니다(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0호).
세율은 다음과 같아요.
| 항목 | 세율 |
|---|---|
| 소득세 | 20% |
| 지방소득세 | 2% |
| 합계 | 22% |
위약금을 5,000만원 받았다면, 1,1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위약금을 지급하는 쪽이 원천징수해서 납부하는 게 원칙이에요.
다만 실제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는 성격의 배상금은 기타소득이 아닐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계약 해제로 인해 이사비용이나 중개수수료 같은 실비 손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금액은 과세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니 세무사 상담을 받는 게 좋습니다.
계약서 작성 시 꼭 챙길 것
위약금 분쟁을 줄이려면 계약서 단계에서 미리 정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특약으로 명확하게 적을 사항
- 위약금 금액 또는 비율 — “매매 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한다” 등 구체적으로
- 위약금의 성격 —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명시
- 해제 가능 시점 — “중도금 지급 전까지 약정 해제 가능” 등 기한 설정
- 원상회복 범위 — 계약금 반환 방법, 이자 포함 여부
주의할 점
위약금을 매매 대금의 10%로 정하는 게 관행이지만 법적 강제는 아닙니다. 쌍방 합의로 더 높게 또는 낮게 정할 수 있어요.
다만 위약금이 지나치게 높으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고(민법 제398조 제2항), 반대로 너무 낮으면 실제 손해를 보전하지 못할 수 있으니 적정 수준을 정하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많이 생기는 상황별 정리
매수인이 대출 거절당한 경우
대출이 안 나오는 건 매수인의 사정이지, 매도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경우 계약금 반환 없이 계약이 해제되는 게 원칙이에요.
대비 방법: 계약서에 “대출 미승인 시 계약 해제 가능, 계약금 반환” 특약을 넣어두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더 높은 가격에 팔려는 경우
시세가 올라서 매도인이 마음이 바뀐 경우, 매수인에게 계약금의 2배를 돌려주고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단, 매수인이 이미 이행에 착수했다면(예: 중도금 지급) 약정 해제는 불가능합니다.
매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계약 체결 전에는 몰랐던 중대한 하자(누수, 균열, 불법 증축 등)가 발견되면, 매수인은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요. 다만 매수인이 하자를 알고도 계약했다면 해제가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부동산 매매계약을 깨는 건 단순히 “안 하겠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계약 단계에 따라 위약금이 달라지고, 세금 문제도 따라오고, 계약서에 뭘 어떻게 적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뀝니다.
핵심만 다시 짚으면 이렇습니다.
- 계약금 단계 — 매수인은 계약금 포기, 매도인은 배액배상으로 해제 가능
- 중도금 이후 — 단순 변심 해제 불가, 합의 또는 법정 해제만 가능
- 위약금 세금 — 기타소득 22% 원천징수
- 계약서 특약 — 위약금 금액·성격·해제 시점을 미리 명확히 적어야 분쟁 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