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나 오피스텔 창가에서 빨간 박스에 든 완강기를 본 적 있을 겁니다. 화재로 복도와 계단이 막혔을 때 창밖으로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마지막 피난 수단인데, 정작 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불이 난 다음에 설명서를 읽을 수는 없으니, 미리 한 번 읽어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완강기란 — 체중으로 내려가는 자동 하강 기구

완강기는 벨트를 가슴에 걸고 창밖으로 나가면 사용자의 체중에 의해 일정한 속도로 자동 하강하는 피난기구입니다. 브레이크를 조작할 필요가 없고, 속도 조절기가 알아서 낙하 속도를 제어합니다.

  • 구성: 속도조절기, 로프(릴), 가슴 벨트, 후크(고리), 지지대
  • 교대 연속 사용 가능: 한 명이 내려가면 반대쪽 로프가 올라와 다음 사람이 쓸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간이완강기와의 차이 — 숙박시설에서 특히 중요

구분완강기간이완강기
연속 사용교대로 여러 명 가능불가(1회성)
주요 설치처공동주택·다중이용시설숙박시설 객실

호텔 객실에 비치된 것은 대부분 간이완강기입니다. 가족 단위 투숙이라면 “한 번 내려가면 끝”이라는 점을 알고 인원·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설치 기준 — 3층부터 10층까지

소방 법령상 피난기구는 3층 이상 10층 이하 층에 설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1~2층: 지상 탈출이 쉬워 설치 제외
  • 11층 이상: 완강기 하강이 현실적으로 위험해 특별피난계단·부속실 제연 등 건물 구조 차원의 피난 설비로 대체
  • 대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 숙박시설, 다중이용업소 등 (용도별 세부 기준은 화재안전기준에 따름)

아파트 세대 안에 완강기가 안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발코니의 경량칸막이·대피공간·하향식 피난구가 피난시설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피난 구조가 무엇인지는 경량칸막이·대피공간 확인 방법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사용법 — 5단계

정책브리핑·소방청이 안내하는 표준 사용 순서입니다.

  1. 지지대에 후크 걸기 — 완강기함에서 꺼내 속도조절기의 후크를 창가 지지대 고리에 걸고 나사를 단단히 잠급니다
  2. 지지대를 창밖으로 밀고 릴(로프 뭉치) 던지기 — 로프가 바닥까지 닿는지 확인합니다
  3. 벨트를 가슴에 걸기 — 머리 위에서부터 겨드랑이 아래 가슴 높이까지 걸고, 고정링을 조여 몸에 밀착시킵니다
  4. 창밖으로 나가기 — 창틀에 걸터앉아 몸을 밖으로 내보내되, 로프를 놓치지 않게 잡습니다
  5. 벽을 짚으며 하강 — 두 팔을 벌려 벽을 가볍게 짚으면서 내려갑니다. 팔을 위로 들면 벨트가 빠질 수 있으니 절대 만세 자세를 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지킬 것

  • 한 번에 한 명씩 — 두 명이 함께 매달리면 하중 초과로 위험합니다
  • 하강 전 로프가 지상까지 닿았는지 확인
  • 어린이·노약자는 성인이 벨트 착용을 도와준 뒤 먼저 내려보내는 식으로 순서를 정합니다

평소에 확인해 둘 것

  • 위치: 우리 집·사무실·자주 가는 숙소에서 완강기함 위치부터 확인하는 습관
  • 완강기함 앞 적치 금지: 피난시설 앞에 물건을 쌓아두면 위급 시 무용지물이고, 피난·소방 관련 법령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지지대 상태: 창가 지지대가 접혀 있는 구조라면 펴는 방법도 함께 확인해 두세요

함께 챙길 주거 안전

완강기는 “쓸 일이 없기를 바라는 장비”이지만, 위치와 사용법을 아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합니다. 오늘 우리 집 피난 경로를 한 번 점검해 보세요.